[충청일보 사설] 11대 후반기 충북도의회가 첫 회기부터 파행을 빚었다. 빚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지 못하자 회기를 조기 종료하고 오는 14일 다시 임시회를 열기로 했지만 문제가 해결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지난 8일 오전 383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어 회기 단축의 건을 처리했다.

전날 개회한 이번 임시회는 오는 2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날 회의에서 5개 상임위원회 중 행정문화·산업경제위원장 후보가 찬반 투표 끝에 탈락했다. 후보를 어떻게든 이날 결정하려 했으나 논의가 지연되자 회기를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오는 14일 384회 임시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충분한 내부 논의로 중지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통상 상임위원장은 선출 전에 후보를 정하고 본회의에서 의원 의견을 물어 뽑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내정된 후보에 대한 특별한 반대 의견이 없으면 투표 없이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게 관행이었다. 사전에 합의된 만큼 그대로 결정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임위원장 선출에서 이런 공식이 깨졌다. 

이번 사태는 민주당이 의장 경선을 치르면서 발생한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후유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의장직부터 시작된 자리싸움, 감투싸움 때문에 벌어진 파행이란 뜻이다. 

첫 회기부터 당내 불협화음과 감투싸움으로 '소통하는 의정 공감받는 의회'를 져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의회가 도민을 위한 도정을 실현하기 위해선 갈등을 빨리 봉합해야 한다.  

갈등(葛藤)은 '칡 덩굴과 등나무 덩굴이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견해, 주장, 이해관계 따위가 서로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를 뜻한다. 

칡과 등나무는 동아줄 같은 센 줄기를 다른 나뭇등걸에 칭칭 휘감고 올라간다. 이런 덩굴식물은 사람의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처럼 오른돌이, 왼돌이가 따로 있다. 

칡, 나팔꽃, 메꽃, 박주가리, 새삼, 마 등은 오른쪽으로 감아 도는 오른돌이이고 등나무나 인동, 한삼덩굴 등은 왼돌이이다. 더덕처럼 좌우 양방향으로 감는 식물도 있다. 

오른돌이인 칡과 왼돌이인 등나무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엉켜있는 상태가 바로 갈등이다. 이 둘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싸움을 한다. 결국 한쪽이 죽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
 
도의회도 현 상황을 보면 갈등 해소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도의원들은 칡이나 등나무가 아니다. 

양쪽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양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고등생물이다. 

의장 선출을 놓고 대립했더라고 이 문제를 계속 끌고 가선 안 된다. 

충북도의회는 충북도민을 위해 존재하고 충북도민 덕분에 태어났다. 도민을 위한 일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란 자리다. 

도민들은 자리싸움, 감투싸움이나 하라고 소중한 표를 준 것이 아니다. 

도의회는 조속히 갈등을 해결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자리싸움이 아닌 도민들을 위한 정책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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