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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학교에서 만난 마을샘

기사승인 2020.06.02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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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희 제천행복교육지구 마을교사

   
 

[기고] 이은희 제천행복교육지구 마을교사 

날씨가 참 좋다. 커피 한잔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어린 친구들, 학교생활 잘 적응하고 있으려나….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고 결국 온라인개학을 하게 되면서 많은 학부모가 혼돈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 모두 개학을 기다리고 기다렸을 텐데…. 특히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은 책가방을 고르고 실내화를 고르며 얼마나 설레었을까? 하지만 책가방은 방구석에, 실내화는 신발장에서 얼굴 한번 내밀지 못하고 주인만을 기다리는 신세. 그 책가방 메고 실내화 챙겨 온라인개학이 시작된 4월 16일에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

제천교육지원청에서 긴급돌봄교실의 원격수업 도우미 역할을 해줄 분들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외부인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염려했고 우리 또한 학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긴급돌봄교실의 긴박한 상황을 생각할 때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별 온라인 교육과정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학교에 출근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도우미 역할인 줄 알고 출근했는데 아이들은 우리를 생애 첫 학교 선생님으로 바라봤다.긴급돌봄이 오전에는 이뤄지지 않아 돌봄 역할까지 더해져 오전 내내 아이들을 온전히 맡아 공부를 봐줘야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우리 마을 교사들은 개의치 않고 아이들만을 바라봤다. 다들 처음 겪는 일이라 어색함과 불안 속에 시작했던 한달여 간의 원격수업이 끝나고 등교 개학이 시작됐다. 컴퓨터 자판도 모르고 한글도 모른다는 아이들에게 켜고 끄는 방법, 출석 체크하는 방법, 가르기, 모으기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모형을 만들어 덧셈 뺄셈을 가르치고 율동도 함께 온라인으로 하며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마을교사는 방과후학교와 동아리 활동 운영 등으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풍부했기에 이번 일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차츰 적응해가며 아이들과 친해지니 먼저 등교한 아이들이 내 신발 소리가 나면 나와서 반겨준다. 어버이날 즈음, 등교 상황이었다면 분명 담임선생님과 부모님께 편지쓰기 수업을 할텐데라는 생각에 아이들과 원격수업을 마치고 편지쓰기 시간을 가졌다. 평소의 학교생활과 똑같이 해주려 노력하는 마을 교사들의 마음이었다.

수줍게 나에게 내민 편지 속 "선생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등의 글귀가 눈물샘을 자극했고 "마을학교로 전학 가고 싶어요"라며 매달리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우리 마을 교육활동가들의 50여 일간의 임무 수행도 끝이 났다.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우리 어른들이 조금 힘들더라도 방역규칙 더 잘 지키고 더이상 확산 되지 않고 이대로 끝나 아이들이 마음껏 재미있게 학교생활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운 날 마스크 쓰고 매시간 손 소독하며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을 우리 아이들과 모든 열정과 정성을 쏟아주신 마을교사들에게 정말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들을 맡기고 노심초사 걱정했을 각반 선생님들 교감·교장선생님, 잊지 않고 마지막 날 찾아와 우리의 수고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 무사히 이 일을 마칠 수 있어 스스로 뿌듯하다.

충청일보 webmaster@ccdailynews.com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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