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왜 충북 오창인가 - <상> '초거대 현미경'

 

가시광선 못뚫는 물질 투과해 분자 등 구조 탐구
활용도 무궁무진 … 생산 유발 6조7천억 등 기대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재 충북 청주를 비롯해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4곳이 유치 의향을 밝힌 상태다. 각 지자체들은 경제 효과가 6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충청일보는 전국의 핫 이슈로 떠오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와 관련해 방사광가속기란 무엇이며 유치에 따른 효과, 선정 기준, 충북에 건립해야 하는 이유 등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방사광가속기는 일종의 거대한 현미경이다. 대규모 과학 실험 등에 활용하기 위해 입자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방사광(放射光)을 방출하는 시설을 말한다. 이름 때문에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방사능과 비슷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 폭발 같은 위험성도 없는 안전한 실험시설이다.

빛의 속도로 직선운동을 하는 전자는 자기장 속에서 저항을 받으면 운동방향이 바뀐다. 전자의 운동방향이 바뀌는 지점에서 강력한 빛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방사광이라 부른다.

자외선, 고에너지 엑스선 등 다양한 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중 필요한 것을 골라 물질의 분석·연구 등에 사용하는 시설이다.

이 방사광은 X선처럼 가시광선으로 투과할 수 없는 물질을 투과할 수 있다. 다른 빛보다 훨씬 밝고 해상도가 높아 사람 머리카락 굵기 40분의 1 수준인 약 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다.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분자나 원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고체의 원자구조, 분자 및 중요한 생물학적 구조를 탐구할 수 있다.

반도체, 신약개발, 생명공항, 의학, 철강, 환경공학, 신소재 등 산업 지원과 기초 연구 분야에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최첨단 설비다.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등이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단백질 결합구조를 밝혀낸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세공정의 미래로 꼽히는 극자와선(EUV) 노광장비의 광원 개발도 가능해 외산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 세계에 약 35개의 방사광가속기가 활용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해 물체의 구조를 연구하는 기초과학에서부터 신소재 개발, 유전공항, 화학공업, 신의약 개발 등 응용과학과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포항공대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1994년 3세대, 2016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설치됐다.

이번에 건립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보다 최대 1억배가 밝고 물질의 구조와 현상을 무려 1000조분의 1까지 분석할 수 있다.

지자체들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자체 사업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는 점도 있지만 새로운 방사광가속기의 역할과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전망에 따르면 생산 유발 6조7000억원, 고용 유발 13만7000여 명, 부가가치 유발 2조4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양성자나 중이온 입자가속기는 기초연구에 활용도가 높은 반면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와 산업 연구 모두를 아우른다.

때문에 각종 연구를 위해 전국에서 과학자와 연구소 등이 인근으로 모이게 된다. 또 전 세계에서 연구 인력이 방문하게 되면 국제적 첨단 과학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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