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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바람

기사승인 2020.04.24  13: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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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애 수필가

   

[월요일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그를 만나는 아침 시간부터 나는 마냥 즐겁다. 온 세상이 심란한 이 봄에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에 푹 빠져서 끙끙 앓고 있는 중이다. 중증에 가까운 나의 사랑앓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울한 이 봄을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업무 메일을 확인하기도 전에 나는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서 여기저기를 검색한다. “김호중 고맙소” 라고 실검 1위에 올라와 있는걸 보니까 나 혼자만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나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전혀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흐뭇해지는 이 사랑보다 완전한 사랑이 어디 또 있을까!

어느 날 문득 눈에 번쩍하고 들어온 사람이다. 그래 사랑은 첫눈에 알아보는 거라고 했다. 순수한 눈으로 천진한 웃음을 웃는 그는 무대에서 마이크 앞에만 서면 한없이 고요해진다. 고요한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 카리스마는 나를 사랑에 빠진 포로로 만들어버렸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가 시선을 멈추게 한 사람이다. 미스터트롯이라는 남자 트롯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괴물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했다. 괴물 같이 나타난 그의 노래는 나의 오감을 흔들어 깨우는 마력이 있었다. 하루 종일 그의 노래를 들으며 온통 그 사람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트롯이란 음악은 잔칫날의 여흥이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노래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트롯 가요를 김호중이란 가수가 부르기만 하면 명품 명곡으로 탄생시키고 있었다. 조항조 가수의 “고맙소”란 노래는 사람들이 그 존재 자체도 모르던 노래였다. 그 노래를 김호중이 고요한 카스리마로 불렀을 때 사람들은 그 감정의 숨소리마저도 공감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노래는 기존의 가수인 조항조의 노래가 아니라 이미 김호중의 노래가 되어서 사람들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두가지었다. 불우하게 살아왔던 그의 성장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악가로 잘 살아 주어서 훌륭한 아티스트로 우리 앞에 나타나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초등학교시절부터 조모의 손에서 자라며 겪었던 방황과 좌절의 그의 시간들은 마음을 아릿하게 했다.

잡초같이 살아가던 그는 분명 미운오리새끼였는데 그가 백조임을 알아보고 키워주신 선생님이 계셨다. 김호중은 그 스승님께 바치는 노래로 “고맙소” 라는 노래를 불렀다. 김호중 본인은 스승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쳤지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게 했다.

나는 이 서른살의 젊은 아티스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걷잡을수 없는 이 늦바람이 내 가슴을 뜨겁게 불태우고 있다. 어떤 사랑도 나를 이렇게 애간장을 녹인 적이 없었다. 이십대에도 연예인에 빠져 본적이 없던 나였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생전처음으로 가수의 팬클럽에 가입도하고 눈만 뜨면 김호중 가수의 덕질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밀당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의 이 사랑은 감정 소모를 안 해도 되는 완전한 사랑이다. 나는 이 행복한 늦바람 앞에서 숨고 싶지가 않다.

충청일보 webmaster@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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