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창궐
벚꽃 구경 나온 시민 상당수, 행정명령 '아랑곳'
낚시터·캠핑장도 인파 … 지역사회 감염 '우려'

▲ 지난 28일 오후 충북 청주 무심천변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한 모습을 보였다.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한 방향 통행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감염위험이 있으니 마스크는 착용하고 다녀주세요."

지난 28일 오후 2시 충북 청주 무심천변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어깨띠를 두른 시청 직원들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나무 아래를 걷는 행인들 계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쌀쌀한 날씨로 예년보다 상춘객들이 줄어들긴 했지만 무심천변은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려는 연인과 친구, 자녀들과 함께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청주시는 이날부터 송천교∼청남교 구간 무심동로와 흥덕대교∼방서교 구간 무심서로에서 마스크 착용, 2m 이상 거리 두기, 주·정차 금지, 노점상 영업 금지, 음식물 취식 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을 위반하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상춘객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그간 코로나19로 쌓인 답답함을 해소하려는듯 2m 간격 유지를 무시한채 벚꽃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무심동로에 배치된 시청직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흥덕대교에서 청주대교 방향으로만 통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화사한 벚꽃 꽃망울에 정신이 팔린 일부 행인들은 아랑곳 않고 "저쪽에서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조금만 가면된다"는 등의 핑계로 시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안내에 지친 한 시청직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공감하고 잘따라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무슨 말을 해도 꿈적도 안하시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청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연인에게 행정명령을 설명했지만 이들은 귀찮은 내색을 드러내며 "곧 구매하겠다"라고 말한 뒤 가던 길을 그대로 갔다. 상춘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어깨를 스치듯 가까이 지나가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벚꽃길 중간 중간마다 걸린 '코로나19극복 사회적 거리두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이날 상춘객들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시민들이 몰고 온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날 오후 무심동로 흥덕대교∼청남교 2.7㎞ 구간에서는 극심한 차량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평소 승용차로 10분 안팎 걸리던 이 구간을 통과하는 데 이날 오후에는 30∼40분 걸렸다.

일부 나들이객들은 정체되있는 시간을 이용해 벚꽃을 감상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연인과 함께 무심천을 찾았다는 김연주씨(30)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자 차에서만  벚꽃을 구경했다"며 "우리처럼 '드라이브 스루'로 벚꽃 구경을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며 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다음 달 5일까지 무심천 벚꽃길에 낮에는 물론 오후 10시까지 직원을 배치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진천 초평 저수지와 지역 내 캠핑장 등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낚시를 즐기러 왔다는 A씨(43)는 "겨우내  기다려왔다"며"다른사람들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자리잡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캠핑장을 찾은 B씨(49)도 "계속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졸라 캠핑장을 예약했다"며 "예약비도 아깝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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