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수양버들 늘어진 창을 열고 기대서니, 작은 뜰에 임은 없고 푸른 이끼만 자라네, 발 바깥 가끔 봄바람 절로 일면, 임 오시나 속은 것이 몇 번이던고. 이 시는 조선 후기 기생 김부용당의 시다.

임 기다리는 졸인 마음은 발 스치는 작은 바람에도 회오리가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김부용당의 호는 운초다. 황진이, 이매창 등과 더불어 조선의 명기요 여류시인으로 이름이 높다.

운초의 시처럼 겨울에 땅이 얼었다 풀리는 것처럼 사람의 몸도 겨울 동안 수축되었다가 봄이 되면서 봄 소식과 함께 풀리는 듯 하다. 봄은 만물의 기운이 화생하는 계절이라 발산하는 기운이 강한데 올 봄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창밖을 보면 분명히 봄이 왔음을 느끼지만, 올해에는 이맘때면 들려오던 봄맞이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봄의 경치를 즐기기 위해 산과 강으로 나와야 하는 상춘객들 대신 공공장소가 폐쇄되었다는 소식 등으로 봄 같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기운이 이완되는 때에 우리 몸의 긴장도 풀어지고 근육도 이완되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지쳐서인지 몸이 가볍지 않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건강이 매우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여서 더욱 봄철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그래서인지 봄 춘(春), 올 래(來), 아닐 불(不), 닮을 사(似), 봄 춘(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따뜻한 봄이 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마음과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봄에는 보약으로 건강을 유지해온 지혜를 되새겨 보게 했는데 올해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 때문에 우리 몸의 정기를 크게 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봄철이면 제철 음식인 쑥이나 취나물 달래 두릅 돌나물 냉이 씀바귀 등의 봄나물을 보약 삼아 먹었는데 이마저 먹기 힘들게 한다.

봄나물은 강한 생기를 지녀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훌륭한 선물인데도 코로나19에 묻혀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봄이 오면 약간의 쓴맛을 지닌 봄나물을 캐기위해 들판을 찾는게 일상이었는데 그 때가 그립게 만들어 놓았다.

한방에서 쓴맛은 흩어진 기운을 견고히 하며, 열을 내리고 습한 기운을 맑게 하고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찾아주는 고미건위제라 했는데 찾아 나설 수 없는 신세가 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을 비롯 전 세계가 문자 그대로 춘래불사춘이다.

전 세계인들이 온 몸이 잔뜩 움츠린채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경제마저 얼어붙고 있는 극악의 상황이여 쓴 맛도 느낄 수 없는 봄을 맞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국의 벚꽃 등 각종 봄 축제장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나 올 봄은 축제장 입구 마다 차량과 인파 대신, 진입로에 '진입금지'란 안내문과 '바리게이트'로 상춘객을 막고 있다.

전국의 각종 봄꽃 축제와 식목행사까지 줄줄이 취소가 되였다. 하지만 코로나는 반드시 물러날 것이다. 그때까지 슬기롭게 견뎌야 한다. 코로나19에 빼앗긴 봄을 다시 찾아내 가장 예쁜 꽃을 피워내는데 기대해 보자.

전남만 해도 봄 축제인 여수 영취산 진달래 체험행사와 순천 동천앤드 벚꽃행사, 광양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구례 섬진강 벚꽃축제, 고흥과역 참살이 매화축제, 해남 땅끝 매화축제, 장성 백양고로쇠축제 진해 벚꽃 축제 등 이루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축제가 취소됐다.

하지만 봄은 내년에도 온다. 꽃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필 것이다. 아쉽고 속상하더라도 올봄 꽃구경은 집안 화분으로 대신하는 게 나와 공동체를 위해서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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