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추상의 관계성'등 다룬 예술가
국립현대미술관, 8월 29일부터 선봬

▲ 양혜규 작가의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

[충청일보 신홍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하 MMCA)이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의 작가로 양혜규를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전 지구적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이고 토속적인 재료로 구성한 복합적인 조각과 대형 설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양 작가는 서사와 추상의 관계성, 여성성, 이주와 경계 등의 주제 의식을 다뤄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과 독일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온 양혜규는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13 등 대형 국제 미술행사에 초대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파리 퐁피두센터,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 초대전을 열고 소장품을 전시하며 국제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과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했다.

현재 모교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의 순수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양혜규는 인물과 사건, 현상을 포함하는 작가의 방대한 문화적 참조물(reference)을 매력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 왔다.

작품에 등장하는 참조물은 낯설지만 새로운 인과 관계로 재배열돼 역사성을 넘어 현재라는 시점에 도달한다. 작가는 대량 생산된 기성품을 활용하는 레디메이드 기법을 구사하는 동시에 노동 집약적 작업 과정을 취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이해와 교훈적 사고의 문턱을 넘어 지적 깊이와 시각적으로 강렬한 조형성이 높게 평가된다.

양혜규의 작업은 다양성을 함축적으로 포괄하는 방식을 갖는다. 가사성(domesticity)과 공예 등의 개념을 문화사회학적으로 다루고 기하학적 구축의 방법론을 근대적 이성주의 대신 신비주의적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문화, 문명과 시대, 시간의 개념은 양혜규의 작업에서 재구성된다.

모더니즘 이후 세계사가 지리·정치적으로 나눠졌다면 작가는 이런 파편적이고 헤게모니적 관점을 반성적으로 사유할 것을 제안한다.

작가가 세계를 인지하기 위해 동원한 추상의 선'그리드(grid)' 혹은 '궤도'는 만화경처럼 포개지고 반사·증식하면서 경계의 구획을 유보시킨다.

미술관 건축의 물리적 환경은 작가의 도식을 통해 보다 복합적인 관점으로 다뤄진다.
'살림'이라는 주제는 작가의 오랜 관심사다.

신작 '소리 나는 조각의 사중주'(가제)는 가정과 일상에 활용되는 오브제를 인체에 대응하도록 크게 만듦으로써 물리적 규모의 확장과 증폭·변형을 통해 보다 은유적이고 사유적인 의미가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공기의 온·습도 차이로 생기는 대기의 움직임과 같은 자연 현상을 디지털 벽화와 대형 풍선 형태의 광고 설치물로 형상화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높이 10m에 달하는 움직이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이 서울박스에 설치된다. 과거 맥주 양조장이던 베를린의 킨들 현대미술센터 보일러 하우스에 2017년 설치됐던 이 작품은 15년에 걸쳐 전개된 블라인드 설치의 최근 발전 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은 MMCA 서울에서 오는 8월 29일부터 2021년 1월 17일까지 진행된다. 설치, 조각, 회화 등 작품 40여 점이 다채롭게 선을 보인다.

MMCA가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해 2014년부터 시작된 'MMCA 현대차 시리즈'는 매년 국내 중진 작가 1인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2014년 이불, 2015년 안규철, 2016년 김수자, 2017년 임흥순, 2018년 최정화, 2019년 박찬경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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