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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따가운 시선 이겨내고 형사과 입성
"'여형사'라구요? 남·녀 이분법적 잣대는 옛말"

기사승인 2020.02.27  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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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순대 근무 중 키워왔던'형사의 꿈'
여성 꺼리는 분위기 속 첫 발 내디뎌
끈질김·인내로 피해자 진술 끌어내
강도사건 해결 공로 '경찰청장 표창'
"계속 형사로 … 성별 다름, 문제 아냐"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여경이라 힘든 점이요? 그것보다는 모든 형사가 갖는 어려움이 있죠."

여형사라 힘든 점이 있냐는 질문에 진실 경장(29)은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배우 김혜수가 열연한 15년차 강력팀 형사 '차수현', 영화 극한직업에서 배우 이하늬가 연기한 장 형사.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여형사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강력·형사팀은 그 명칭과 다르게 살인과 폭행, 절도 등 사건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남성 위주의 환경과 분위기가 큰 벽으로 작용해 여경들이 들어오기 어렵다.

끊임없이 움직여야하는 높은 업무 강도에 체력 단련은 필수고 검거 과정에서 신체적 위협도 받는다. 일반 남성 경찰도 버티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여형사가 있다.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강력팀 소속 진 경장이다.

진 경장은 충북지역 12개 경찰서 형사·강력팀에서 근무 중인 형사 가운데 단 둘뿐인 여경 중 1명이다. 

진 경장은 형사과 근무 4년차를 맞이한 초짜(?) 형사다. 기라성 같은 선배형사에게 아직 한참 배워야할 그녀지만, 그래도 흥덕서 형사과에 없어선 안 될 보배다.

형사과에 몇 없는 여경이라서가 아니다. 수사경력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선배들도 어려워하는 일을 곧잘 해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범죄 피해자 또는 피의자 여성을 안정시키고 편안한 상태에서 그들의 진술을 이끌어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끈질김과 인내는 진 경장이 가진 또 다른 무기다.

우락부락(?)한 선배 형사들이 노련함을 가지고 있다면 그녀는 섬세함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피해자와 피의자를 대하는 태도는 이름처럼 '진실'됐다.

지난해 10월 서원구 사직동 소재 여성 업주가 지키는 성인PC방에 강도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인 업주는 겁에 질려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해내질 못했다.

진 경장은 업주가 진정될 때까지 그의 옆을 지켜줬다. 결국 안정을 찾은 업주의 진술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 검거에 성공했다. 

진 경장은 경찰을 신뢰도를 높이고 민생치안사범을 검거해 체감치안도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청장 표창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진 경장도 처음부터 형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경찰에 입직한 그는 기동순찰대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기순대에 근무하면서도 수사형사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수사에 대한 갈증과 형사가 꼭 되고 싶었던 진 경장은 공부를 시작했고, 형사과에 들어가기 위해 '수사경과'를 취득했다.

그러나 수사경과를 취득했다고 바로 형사과에 들어올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여경이라는 이유로 형사과 입성까지 따가운 시선에 부딪쳐야만 했다.

형사과 외근부서는 잠복과 출동 등 여경과 같이 근무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형사들이 많고, 여경자체를 안 받으려는 분위기가 존재한단다.

진 경장은 "아무래도 여경은 힘들게 교육시켜놔도 출산과 육아 등을 문제로 언젠가 현장을 떠날 거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바쁜데 누가 신입을, 그것도 여경을 교육하고 싶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했다.

진 경장 역시 어렴풋이 이 같은 시선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형사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형사과를 지원했다. 첫 지원결과는 역시였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되래 더 욕심이 났고, 또 다시 형사과를 지원을 했다.

이번에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형사의 필요성을 느낀 참모진이 그의 보직이동을 받아줬고 얼떨결에 그는 '형사'로 발을 내딛었다.

형사과 첫 출근 날 무시무시한 팀장님과 남자들의 텃새, 남성중심 근무분위기를 각오하고 들어왔지만 막상 들어오니 선배들이 잘해줬다고 한다.

진 경장은 "사실 (강력팀) 들어오기 전 조금 걱정 했는데 막상 들어오니 선배님은 물론 팀장, 과장들이 많은 것으로 배려해줬다"며 "그래서 딱히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여형사의 장·단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경찰과 형사를 남경·여경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다만 잠복해 절도범을 잡은 사건이 있었는데 절도피의자가 '여자가 껴있어서 경찰이라고 생각 못했다'는 소릴 들으니 장점인 것 같고, 잠복시 생리적 현상 해결은 남성에 비해 조금(?) 어려운 것 같다"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앞으로도 계속 형사로 남고 싶다는 진 경장은 "아직은 여경들이 외근형사의 벽을 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적성과 성향, 성격 등 업무와 맞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진재석 기자 divinechoice@Naver.com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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