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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후

기사승인 2020.02.20  1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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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숙 수필가

   
 

[백목련] 이향숙 수필가

활짝 피었다. 튤립, 장미, 후리지아, 안개꽃이 넘실댄다. 자신만의 빛깔과 향기를 내뿜는 정원의 꽃들이다. 한쪽엔 바람과 햇살이 매만져 주기만 하면 작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화답하고 고운 꽃을 피워내는 다육이가 자리했다. 속삭이기도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문인들의 풍경이다.

머리엔 흰서리가 내려앉아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 기울인다. 모임을 함께한지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건만 후배가 들어와도 후배님이라 부르기에도 어색한 어르신들이다. 근황을 듣다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부럽다는 말이 맞을 게다. 경제는 물론 건강과 정서적인 노후대책을 알지게 이루어 놓은 듯 하다. 이들의 여유를 갖고 싶다. 

글쓰기 반에 입문했을 때 강사님이 십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글로 남겨보라 했다. '버거운 삶의 현장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즐기는 자가 되고 싶어요. 젊은 날 꿈꾸었던 사업가도 아닌 장사치의 모습에서 벗어나 몸에 밴 땟국물을 씻어내고 소녀 적 소망했던 문인이 되고 싶어요.'

그때는 몸을 먹여 살리는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고 글만 쓰는 문인이 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배고픈 자들의 몫이라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해야 예술도 이루어 낼 수 있다. 하여 수많은 작가들이 벌이가 되지 않는 예술을 하기 위해 일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찌하다가 신문에 글 몇 줄 내는 나 또한 협회와 동아리에 글 한편 올리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 정신적인 만족을 위해 육체의 땀을 흘린다.

일주일 내내 취미생활을 즐기며 틈틈이 봉사를 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으로 다시 들어가 본다. 겉보기는 건강해 보이지만 무릎과 허리가 제 기능을 못하여 산책도 할 수 없단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여선지 혈압과 당뇨는 벗으로 알고 지낸지 오래라 했다. 노후대책이라 여겼던 퇴직금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자식들 밑으로 밀어 주었단다. 생활비는 운 좋게 연금으로 해결 한다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일터를 지키는 고단함을 느끼고 싶단다. 내 등에 매어진 무거운 짐이 마냥 부럽다고 한다. 

다시금 십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분들과의 대화 덕분인지 그때에도 지금처럼 일이 있었으면 한다. 유아들의 이야기 할머니나 독거노인의 친구가 되어 줄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것은 어떨까.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북 카페를 운영해보는 것도 좋겠다. 하루를 온통 쓰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시간제로 근무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지혜가 허락된다면 수필을 계속 쓰고 싶지만 시 공부도 해보고 싶다. 그림 감상을 좋아하니 그리기를 배워 나만의 색깔로 화폭을 채우고도 싶다. 산책을 꾸준히 하여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끼고 호흡하면 무릎도 내 편리를 봐줄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그분들처럼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 향기 그윽한 꽃, 한겨울에도 빨갛게 꽃을 피우는 동백이 되고픈 소망이다. 십년 후가 되면 그런 날들을 준비하는 단계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

충청일보 webmaster@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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