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사립대학 등록금이 12년째 동결되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계속 동결하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립대학 당국은 이제 동결을 해제하자는 의견이다. 교육부는 2020 사립대학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사립대학구성원들 입장에서 보면 사립대학의 재정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의 인기에 안주하고 정치권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 340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국립대학 44개 13%, 사립대학 296개 87%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운영방법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국립대학은 국가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러기 때문에 등록금이 동결되거나 안 되거나 별 관심이 없다. 국립대학교수 및 직원 인건비는 공무원 인상분 2.8%수준으로 매년 인상되고 있다. 사립대학은 당해학교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으로 운영된다. 교수인건비 직원인건비 운영비 시설장비 유지비 등이 모두 대학등록금에서 충당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사립대학 등록금은 사립대학의 근간이다. 사립대학이 고사되고 있는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사립대학 등록금 동결의 덫 때문에 사립대학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돈줄마른 대학 연구실은 안쓰러운 실정이다. 실험실습에 들어가는 재원은 투자도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실험실습 장비들은 20년 이상 된 장비들 뿐이라고 아우성이다. 매일경제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 사립대학 총장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등록금 동결을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답한 이들이 64%로 나타났다.

'향후 1~2년이 마지노선'이라는 응답은 26%였다. 1~2년 뒤를 장담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을 호소한 대학 총장들이 90%에 이른 셈이다. 50명의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동결이 가져온 가장 큰 폐해로 '학내 시설투자와 기자재 구비 난항'을 꼽았다. '유능한 교수와 교직원 채용 어려움'도 만만치 않은 문제로 보고 있다. 대학 역량 대부분이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만 집중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2011년 39위에서 2018년 49위로 내려앉았다. 영국의 QS 대학평가에선 2015년 이후부터 상위 2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한국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전국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올해 745만4000원으로 11년 전인 2008년(738만원)에 비해 1% 인상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일류 사립대를 가려면 엄청난 학비를 내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학교의 하나로 알려진 밴더빌트대는 한 해 등록금만 5만 달러를 넘는다. 대부분의 일류 사립학교도 4만 달러를 넘는다. 주립대도 3만 달러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가 10억 달러(약 1조1700억 원)의 특별기부금으로 50명의 신규 교원을 채용하고 수많은 장학금을 주는 인공지능(AI)대학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을 때, 한국의 대학에선 탄식이 이어졌다.

 사립대학당국은 사립대학 재정난을 면밀히 분석해서 이를 사회 공론화 시키는 한편 사립대학의 역할과 사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책무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동시에 높여나가야 한다. 정치권과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어려운 실정을 다시금 이해하고, 사립대학이 국가발전의 한축으로서 그 역할과 소임을 다하도록 이끌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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