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충청일보 박장미 기자] 2019년 대한민국은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한 해를 보냈다. 민심은 두 갈래로 나뉘었고 정치적 공방은 장외로 옮겨가 급기야 광장은 둘로 쪼개졌다. 대화와 타협을 외면한 국회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수출 규제 등을 두고 한일 관계까지 엇나가면서 한국은 격랑에 휩싸였다. 사법부 수장의 구속이라는 헌정사 비극도 벌어졌다.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지며 가까워지는 듯했던 한반도의 평화는 다시 악화 일로를 걸었다. 연일 암울하고 답답한 소식들이 보도되던 가운데 한국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국민에게 큰 위안을 선사했다.

충청일보는 기해년 연말을 맞아 올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10대 이슈를 선정했다. /편집자

△'조국 사태'… 둘로 갈라진 민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함과 동시에 야당은 입시 특혜·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을 제기했다. 검찰이 관련 의혹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착수하며 이른바 '조국 정국'이 펼쳐졌다. 민심도 두 쪽으로 갈라졌는데 서초동 '검찰개혁 촉구' 집회와 광화문 광장 '조국 사퇴' 집회가 경쟁적으로 열렸다.
조 전 장관은 임명 35일만인 10월 14일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검찰은 그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련 의혹, 즉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 법안 상정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갈라놓는 메가톤급 논쟁거리가 됐고, 두 갈래로 나뉜 민심은 아직도 봉합되지 않고 있다.

△남북미 정상, 판문점서 역사적 만남
지난 6월 30일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북미 정상은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의 극적으로 회동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기도 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국제정세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북미는 비핵화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고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도 빛을 바랬다.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도 결렬되고 말았다. 
더욱이 북한은 12월 두 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성능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시험'을 강행했고, 대미 위협 수위를 높이는 등 내년 북핵 위기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엇나간 한일 관계, 극한 대립 이어가다 봉합 시도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올해 양국의 극한대립을 불렀다. 일본은 지난 7월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제한 조치를 했고, 8월엔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은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선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도록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개정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10월 이낙연 총리가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고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에서 환담하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양국은 지난 11월 23일 지소미아 종료를 6시간 앞두고 조건부 연장과 수출 규제 재검토에 합의하면서 봉합에 나섰다.

△1년 내내 대치만…20대 국회는 '식물국회'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여야는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1년 내내 대치만 했을 뿐이다. 대화와 타협, 협치를 외면한 국회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멈춰버렸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는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동물국회', '폭력국회'를 재연했다. 2012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무색해진 한 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함께 이른바 '4+1 공조'를 복원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장외 투쟁 등으로 총력 저지에 나섰다. 여야 간 극한 대치로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헌정사 비극' 사법부 수장 최초 구속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재판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무려 47건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10명의 전·현직 법관들도 관련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환조사 당시 포토라인을 거부하고 대법원 앞에서 별도 회견을 갖는 등 검찰과 신경전을 거듭하던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치열한 법리 대결을 벌였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200명이 넘고, 주 두세 차례 열리는 재판 증인석에 전·현직 법관들이 줄줄이 나와 증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3월 한 차례 보석을 청구했다가 기각됐지만, 7월 재판부 직권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연예계 뒤흔든 '버닝썬 사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경찰과 업소·유명 연예인 간 유착 의혹, 연예인 음란물 유포 등을 포함한 '게이트'로 비화됐다.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경영에 참여했던 이 클럽에서 경찰 유착, 마약 투약, 탈세 등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승리가 가수 정준영 등과 함께 있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여성을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이 공유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은 커졌다. 경찰은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려 강남 주요 클럽 관련 의혹을 파헤쳤다.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을 구속하고 가수 최종훈 등 일부 연예인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버닝썬 공동대표 등 관련자들도 입건됐다.

△'기생충' 한국 영화 최초 칸 '황금종려상' 수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 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그린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 이야기를 통해 빈부격차 문제를 다룬다. 북미에서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올렸고 내년 골든글로브상에서 감독·각본·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며 아카데미에서는 국제 장편 영화상(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지명돼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도 기대된다.

△강원 뒤덮은 '화마'…끊이지 않은 대형 화재
지난 4월 화마(火魔)가 강원도를 집어삼켰다.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산불로 축구장 면적 422개에 해당하는 2872㏊(2872만㎡)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강원 산불은 658가구 1524명의 보금자리와 2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정부는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8개월여에 걸친 경찰 수사 결과 산불은 인재(人災)임이 드러났다.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전의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 복합적인 하자가 초래한 것이다. 경찰은 한전 직원 7명과 유지·관리 담당업체 직원 2명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양돈 농가 뒤흔든 아프리카돼지열병
올해 양돈 농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라는 악재가 있었다. 지난 9월 파주에서 ASF가 발병했다. 방역 당국은 ASF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공포하고 즉각적인 살처분을 했다. 방역당국은 원인 규명에 힘썼지만 아직도 국내 유입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첫 발생 이후로 연천, 철원, 강화, 김포 등 임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ASF가 속출했다. 지난 25일까지 사육 돼지 14건, 야생의 멧돼지 51마리가 ASF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멧돼지에서 잇따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각 지자체는 포상금을 걸고 포획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학부모 발 '동동'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정부는 올해 초 사립유치원 비리를 바로잡기 위한 각종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특히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했다. 이에 대항해 최대 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필두로 일부 사립유치원은 지난 3월 개학 연기라는 집단행동을 했다. 일부는 폐원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과 교육 당국의 대응으로 사립유치원은 결국 에듀파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2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에서 우선적으로 에듀파인을 쓰도록 의무화했고, 내년부터는 모든 사립유치원이 K-에듀파인을 사용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의 비리 근절과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유치원 3법은(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아직 계류 중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