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국의 초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가파르다는 게 대·내외의 평가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지난 해 0.98명을 기록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마저 깨진 것이다.

 
출생아 수는 가까스로 30만명 선을 유지한 32만6900명이지만 올해엔 이마저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통계청도 특별 추계를 통해 2021년 합계출산율이 0.86명으로 떨어지며 50년 뒤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합계출산율이 1명이라고 전제할 때 30세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30년 뒤 연간 출생아가 지금의 절반인 15만명으로 줄고, 30년이 더 지난 뒤에는 7만5000명으로 감소한다.

 
단순계산이지만 소위 말하는 '인구절벽'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는가를 체감하기엔 충분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40년 한국의 총 인구가 지난 해와 비슷하겠지만 노동인구는 17%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WTO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전 세계 노동인구가 17% 늘어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주요 국가나 지역 중에서도 노동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다.

 
생산활동을 할 수 없는 고령자가 갈 수록 늘어나는데 노동인구만 줄면 결국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비롯해 사회보장 및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미래 세대의 사회적 부담이 커진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함은 물론 노인복지 등 사회보장 비용도 늘어나면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함은 불 보듯 뻔하다.

 
비단 이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생산가능인구의 사회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 덩달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결국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나라 경제에 활력이 떨어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초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26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자 결국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삶의 질이 향상돼야 아이를 가질 여유도 생기는 건 당연하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해도 아니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임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일과 육아의 양립, 치솟는 교육·주거비와 노후 대책 해결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장기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 개혁 역시 더는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함이 마땅하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만든 영문 슬로건이 '다이내믹 코리아'다.

 
주한 외국인, 상주 외신, 재외공관 및 정부 기관을 비롯해 KBS의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까지 반영해 고른 문구다.

 
진정한 다이내믹 코리아가 되려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는 현실 속 걸림돌들을 어떻게 걷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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