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비핵화 협상 대상인 미국을 겨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8일 밝혔다.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된 곳으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목전에 두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강도를 키우는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날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대변인은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하였다"며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시험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당 중앙위원회 보고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앞서 자신들이 연말로 정한 북미 협상의 데드라인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28일 오후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쏘아 올렸다. 2발은 30여초 간격으로 발사됐다. 이튿 날 아침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초대형 방사포 연발시험사격을 진행했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해 "대만족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올해 4차례의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보도하면서 '연발시험사격'으로 규정했다.

 자체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의 핵심 기능인 연속발사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발사는 28일 만이며, 미사일까지 포함한 발사체 발사는 올들어서만 13번째다. 합참은 곧바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는 교착 상태인 북미 및 남북 관계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군사행동은 불신을 키워 협상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갓을 유념해야 한다.

 한미는 지난 달 연합 공중훈련을 연기하며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스고 있으나 북한의 호응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심지어 연평도 포격 9년째 되는 날인 지난 달 23일 김 위원장의 지시로 해안포 사격을 하며 9·19 남북군사합의를 대놓고 위반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도 첨단 정찰기인 리벳 조인트(RC-135V)와 EP-3E, E-8C를 한반도 상공에 잇따라 띄워 대북 감시 비행을 했다. 북한이 내건 '연말 시한'을 코앞에 두고 진전은커녕 오히려 긴장 수위가 올라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면서도 북한의 '연말 시한'을 '인위적인 시한'"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비핵화 실현과 66년 지속한 정전 체제 해결은 인내심이 필요한 난제다. 북미 협상 이전의 상태로 퇴행하지 않으려면 북한도 시한을 고집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화에 임해야 한다. 교착 상태인 북미 협상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의 염원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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