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400여 점 선봬
두 번째 기획전 '나는 나대로…' 열어
코디 최 작품 '허세의 힘'도 외벽 설치

▲ 코디 최의 작품 '베네치안 랩소디-허세의 힘'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개방한 수장고에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충청일보 신홍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이하 청주관)가 지난 해 12월 개관 이후 전반에 걸쳐 새롭게 개편했다.

먼저 청주관은 기존 1층 개방형 수장고를 확대 개방해 2수장고에서 지난 50년 간 수집한 작품 400여 점을 상설 전시 개념으로 공개하고 있다.

도자, 금속, 유리, 섬유 등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돼 있으며 다른 장르에 비해 전시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공예 소장품들이다.

조선백자를 연구한 1세대 도예가 김익영의 '상백자물확'(1987), 유리를 입으로 불어 조형하는 김준용의 '만개'(2011), 돌과 나무로 작업하는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07-244'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중 1929년 한국인 최초로 도쿄미술학교 도안과를 졸업한 임숙재의 '사슴'(1928)은 91년 전 작품임에도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며 사료적 가치도 높다는 평을 받는다.

수장고 확대 개방과 더불어 청주관은 기획전 '현대회화의 모험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오는 2020년 3월 29일까지 일정으로 5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급변하는 세상 속 '현대미술'의 개념이 무한 확장된 이 시대에 가장 보수적이며 전통적 매체인 '회화(繪畵)', 즉 캔버스나 종이 등의 평면 지지체 위에 유화·아크릴·수채 등 다양한 물감으로 작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구현(묘사)하는 행위가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17명은 미술관 기획전시실 내·외부 공간과 로비, 개방 수장고 유리 외벽 등 다양한 공간에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이들은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창의적 시선으로 해석하고,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신들만의 '회화'세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들만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 부제인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오롯이 단독자로서 세상과 마주하는 예술가들의 운명과 자신들만의 '회화' 세계를 찾기 위해 나아가는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이와 더불어 청주관은 하반기 야외 프로젝트로 코디 최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베네치안 랩소디-허세의 힘'을 2020년 5월 17일까지 일정으로 청주관 정문 외벽에서 선보이고 있다.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인 이 작품은 국내 아르코미술관 실내 전시장에서 귀국 보고전을 한 차례 가졌지만 작품 원래의 취지대로 야외에 전시되기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장소에 따라 규격과 형태가 달라지는 현장 제작 설치작품의 특성에 맞춰 청주관 건물에 맞게 작품의 크기와 구성을 조정했다.

호랑이, 공작, 용 등의 동물 형상에 네온과 LED 조명이 화려하게 빛을 뿜어낸다.

코디 최는 카지노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네온 광고판을 모방한 이 작품으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파격적으로 변화시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엔날레라는 권위 있는 예술 행사도 결국엔 유명 작가 발굴과 이를 통한 아트 비즈니스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베니스가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풍경과 중첩된다.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인 광고 기법을 차용한 이 작품은 현대 미술에 드리운 자본주의 논리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수장고와 전시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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