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의회 중단 결의·WTO협정 위반 우려 이유
충북도·도교육청, 방침 굳혀… 어떤 결정하나 주목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재의(再議)를 도의회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조례안 입법 절차를 중단하자고 결의한 데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19일 도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양 측은 일본 전범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조례안은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충북도의회가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제정했다.

지난 2일 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의회에서 의결된 조례는 도지사나 도교육감이 공포해야 한다. 오는 23일이 기한이다.

하지만 두 기관은 재의를 요구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조례를 도의회가 다시 심사·의결해 달라는 것이다.

도와 도교청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조례가 시행되면 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공구매 제한을 조례로 명문화하면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일본과의 외교분쟁 과정에서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조례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이 법률 6조(계약의 원칙)를 보면 계약 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정부조달 협정 등에 가입한 국가에서 생산된 물품이나 용역 등 국제 입찰에도 해당한다.

전범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광범위하다는 점도 이유다.

이 때문에 공공구매를 제한해야 할 제품 품목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오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조례 재의 요구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재의 요구가 들어오면 도의회는 다음 회기에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 재의결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조례로 확정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하면 조례안은 폐기된다.

바로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보면 재의 요구한 안건은 폐회나 휴회를 제외한 회기 10일 이내 상정해야 한다.
회기는 임시회나 정례회의 본회의를 뜻하므로 최대 6~7개월 정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보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와 도교육청이 이 조례안의 재의를 요구하면 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도의회 관계자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WTO 제소 등으로 외교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과의 경제 대응 차원에서 조례가 마련된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 정부 입장을 배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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