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선생(先生)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교사나 스승과 같은 뜻이다.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쓰이기도 한다.

 성(姓) 또는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존대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보통 학교 교사(교육직)뿐만 아니라 교육행정직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문이 뛰어나거나 본받을 점이 많은 위인 뒤에 선생을 붙여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퇴계 이황 선생, 율곡 이이 선생 등은 전자에 속하며 단재 신채호 선생, 백범 김구 선생은 후자의 예가 된다.

 정리하자면 전문 지식과 인생의 노하우를 겸비한 존경하고 따를 만한 사람을 일컫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훌륭한 단어 뒤에 붙지 말아야 할 말들이 근래 부쩍 많이 따라 다닌다.

 '성관계'라든가 '성폭행', '공급횡령', '무단결근' 등이 있다.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여선생 사건은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채팅앱으로 만난 여중생을 성폭행한 고교 교사도 유명하다.

 최근 충북도교육청 감사에서 '선생'들의 갖가지 비위들이 적발됐다.

 한 초등학교 직원은 근무상황 사전 승인도 없이 전날 과음으로 무단결근한 뒤 복무관리자에게 유선 연락이 가능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는 올해 1월과 3월부터 4월까지 병가를 사용해 연간 병가 한도인 60일을 13일이나 초과해 사용했다가 주의 처분을 받았다.

 다른 중학교에서는 2017학년도에 1학년 영어 교과 수준별 심화반 학생 80명의 학교생활 기록부에 과목별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을 기재하면서 22명 학생과 26명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으로 기록한 것이 적발돼 감사반이 현지 조치했다.

 초등학교 행정직원이 한 교사가 질병 휴직한 기간의 교원연구비 88만여 원을 더 주고, 지난해 9월 본봉은 약 13만 원을 덜 주기도 했다.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납품된 '깐 생강'을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냉장이 아닌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감사반에 적발됐다. 급식에 사용하고 남은 파인애플 생과와 골드키위도 감사반의 현장 점검 때까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경고 조처됐다.

 한 중학교에서는 총 14건의 학교 폭력 사안 중 5건은 학교폭력신고접수 대장에 접수하고 9건은 접수 자체를 하지 않았다.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이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유로 학교폭력전담기구 결정 절차 없이 종결 처리하기도 했다.

 모두 '선생'들이 자신만을 위해 행동한 결과들이다. 조금 더 편해보자고 '이 정도 쯤이야'라며 안일하게 생각하다 '선생'이란 아름다운 단어의 색을 바래게 만들었다.

 '선생'이란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존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뒤에 '님'을 붙여 존칭 중복형으로 사용해 왔다.

 '선생님'이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세태를 보면 '선생님'보다는 '선생'이 더 어울리는 것만 같다.

 단순히 앞서 태어난 사람을 이르는 '선생'이 아닌 존경받아 마땅하고 존경해야만 하는 진정한 '선생님'들이 더욱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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