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의 쓴소리 칼럼] 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지난 주말 검찰총장을 지낸 분과 YS(김영삼)의 차남 김현철 씨를 구속시킨 전직 고검장과 저녁을 함께 했다. 당연히 화제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온갖 의혹이었다. 그중에도 의혹덩어리 조 후보자 일가에 메스를 댄 윤석열 검찰총장에 수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역대 정치검찰 얘기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이승만 정권 때 친일청산을 외친 반민특위지지자들을 반공법으로 몰아 처벌한 오제도 전 검사 팀과 1997년 DJ(김대중)의 비자금의혹수사를 대선 후로 연기한 김태정 검찰호를 꼽았다.

그중에도 15대 대선을 앞둔 그해 10월 당시 한나라당 강삼재 사무총장이 DJ의 670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뒤 검찰에 고발했던 얘기로 옮겨갔다. 초반 대세론이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김대업씨가 등장해 이후보 아들의 병역면제의혹을 터뜨려 민심이 요동쳤다. 이 후보는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칠 때였다. 이 후보와 경선을 벌인 이인제씨가 이회창 아들을 문제 삼아 경선에 불복해 선거판이 재밌게 돌아가던 때였다. DJ가 이미 37, 8%대로 앞서있었다.

강삼재 여당 사무총장의 DJ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는 수사해야한다, 아니다로 팽팽하게 갈라졌다. 곤혹스런 YS정부 말기였다. 그때 김종구 법무장관과 김태정 검찰총장이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했다. 이를 두고 ‘DJ죽이기 음모설’과 그 반대로 ‘YS-DJ밀약설’이 나왔다. YS가 퇴임 후 신변보장을 받는 조건으로 DJ수사를 유보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곳저곳에서 검찰지휘부가 DJ에 줄섰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여의도 정가에 자자했다.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피해자만 있지 수혜자는 없는 수사유보결정이었다. 이회창 후보 측은 YS의 검찰이 DJ측의 눈치를 봤다고 비난했다. DJ측 일각 역시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해 명백하게 진실을 규명했더라면 훗날까지 국민적 의혹이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검사들은 김태정 검찰이 정치권 눈치를 봤다고 입장을 냈을 정도다.

조국일가를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호도 자칫 그럴 우려가 있다. 엄정하게, 조용히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이 여권내 사방에서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해 개혁해야한다고 외쳐왔던 터다. 검찰의 조국일가에 대한 의혹은 한 달 넘게 이어져왔다. 이는 추석 연휴 내내 온국민의 밥상화제가 될게 뻔하다. 민심이야 둘로 쪼개져 있으니, 무엇이 옳고 그른 게 없다. 모두 주장이고, 자기 생각대로 뱉은 말이니 말씨름뿐이다.

조국 후보자가 국회에서 무제한 기자회견과,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놓고도 술상 안주로 오를 것이다. 그중에도 청와대와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윤석열 검찰에 대한 비판역시 민심을 뒤흔들테니 말이다. 이런 악화된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이 공정수사하도록 울타리로 지켜줘야한다. 조국의 임명을 늦추더라도 의혹의 시비를 가려야 신뢰받는 정부가 되기 때문이다.

왜냐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회에 보낸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면 의혹규명의 필요성은 당연하다. 요청문은 ‘학문적 역량과 원활한 소통 능력으로 법무행정의 혁신과 검찰개혁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법치를 통해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적시됐다. 문 대통령은 공정과 정의의 아이콘이자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그에 대한 신뢰가 묻어있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의 보수 정권의 반대를 비판해온 국민들은 그를 믿었다. 그는 보수진영의 반칙과 비리에 분개하며 비판과 냉소를 뱉었던 예가 많아 더욱더 문 대통령의 판단이 필요하다.

조국후보자를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법치국가의 수장인 법무장관 자리에 앉힌다면 ‘영(令)’이 서겠냔 말이다. 국민에게, 정권에게, 또한 법무부조직에 말이 먹히겠느냐는 걱정이 앞서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시간을 갖고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하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기대하는 검찰의 수사 독립과 중립, 공정이 제대로 이뤄진다. 윤석열 검찰은 권력형 부패 의혹여부를 가리기위해 이미 100여명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했다. 이미 곳곳에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압수수색하는 순간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까지 한목소리로 검찰을 공격한다. 검찰이 반박하니 청와대가 재반박하며 양측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제는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거나,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대검관계자가 청와대와 박 장관에게 반박했듯이 수사사항을 보고하면, 그 보고가 대통령에게 가고, 대통령은 법무장관에 지시하고,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하는 군사 정부때 검찰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정의를 보여주겠다는 윤석열호를 흔들면 그나마 기대한 개혁은 다시 원점이 된다. 그래놓고 검경수사권 독립을 외쳐봐야 공허할 뿐이다. 현장을 뛰는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매일 새로운 의혹이 등장해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임명할 때 "살아있는 권력에도 눈치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복기해보면 문 대통령은 보수야당의 극렬 반대 속에도 임명했다. 국민들도 윤 총장의 검찰을 기대한 이유다. 그런데도 여권이 한목소리로 질타하면 이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하라는 것과 맞는 말인가. 핵심 증인이 모두 빠지고 자료 준비도 부실해 통과의례에 그칠 가능성이 커 허탈감이 앞선다.

조국 일가에게는 적잖은 의혹이 확인되거나 제기되어 있다. 국회인사청문회에서도 기자회견처럼 ‘죄송하다’거나 ‘모른다’거나,‘아내가 한일이다’는 취지였으니, 맥 빠진 일이었다. 핵심 증인이 모두 빠지고 자료 준비도 부실했으니 물음도 답변도 허탈할 뿐이다. 지금껏 조 후보자와 가족에게 제기된 법적ㆍ도덕적 의혹은 그냥 뭉개고 갈 일이 아니다.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투자의혹, 딸의 충남공주대, 천안 단국대 인턴 논문의 저자등재ㆍ동양대 표창장과 일부 대학장학금 등 몇몇 의혹은 검찰수사가 꼭 필요한 것이다.

여권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생각하지 못한 조 후보자의 의혹으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언론과 야당들이 주도하는 무차별 공세가 정권 레임덕을 겨냥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내년 4월 총선등을 앞두고 청와대등 여권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맥락에서 검찰수사가 마뜩지 않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고심해야한다. 그 고심은 조 후보자 개인의 거취를 떠나 참된 한국, 그리고 법치가 살아 숨쉬는 나라를 위해 멀리보고 가야한다는 점이다.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 등에 얽매이지 말아야한다. 윤석열 총장의 신념과 살아온 삶은 믿고 검찰의 자율적인 수사에 힘을 실어 줘야한다. 링에 올라있는 검찰을 관람석에서 이를 흔들거나 물병을 던지는 후진성을 지금이라도 멈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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