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간 체육회장 시대 목전… 선결 과제 많다 ③ 지방 체육회 목소리 들어야

예산 지원 축소 현실화 시
사재 내놓는 규정 등 없어
정계 야심 인물 선출되면
정치 배제 당초 취지 무색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전국의 각 지방체육회는 내년부터 민간 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지자체장이 회장을 맡던 기존 운영 구조에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민간 회장의 운영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예산 지원 규모 축소와 부족한 정부 지원금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맞닥뜨려질 일들은 상상하기조차 싫을 것이다.

그렇다고 민간 체육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방체육회의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이나 근거도 없다. 있다 치더라도 실행에 옮길 지도 알 수 없다.

신임 민간 체육회장의 노력으로 지역의 유수 기업과 독지가들의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가뜩이나 악화된 경기 상황에서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야심을 가진 민간 회장이 선출됐을 경우도 문제다.

민간 회장 선출의 의미가 정치색을 배제하고 체육인들을 위한, 체육회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인데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체육 발전은 뒷전안 채 오로지 개인 목적 달성에만 열을 올릴 개연성이 높다.

현 지자체장과 정치 성향이 완전히 다른 인사의 회장 선출도 체육회 운영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예산부터 시설 사용까지 체육회나 체육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가 없게 된다.

회장 선출 자체 역시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된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정이 촉박하게 됐다.

지방체육회는 규약에 따라 회원단체의 장과 시군체육회 장 등을 대의원으로 하는 총회를 두고 있다.

총회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방체육회는 일단 초대 회장 만큼은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추천하는 인물이 선출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기존 규약을 근거로 선출하고 2대 회장부터는 대폭 규모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선출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 점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 하지만 선거인단 구성을 통해 선관위에서 선거를 맡아 진행하기를 원하는 눈치다.

사실 지방체육회는 이러한 선거인단 구성 문제부터 민간회장 선출 이후 나타날 과제 해결을 위해 3년의 유예기간을 요청하기도 했다.

산적한 선결 과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고 한편으로는 지방선거와 동시 선출할 경우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선거에 대해 '속전속결'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드러날 문제점에 대해서는 '후 해결' 방식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체육계 역사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민간 회장 선출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따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지방체육회를 통해 체육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지역 체육계의 한 원로는 "민간 회장 선출은 지방체육회 역사나 그동안 우리나라 체육 인재 육성의 틀을 보더라도 신중하게 진행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단지 '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수단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명제로 접근하다 파생될 갖가지 문제로 국가 체육 기반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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