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다" 초등생들 희희낙락
일부는 친구와 도시락 먹어
점심 시간 급식실은 불 꺼져
물 마시는 학생 빼고는 텅텅

[충청일보 배명식 기자]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파업 첫 날인 3일 청주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선 점심시간 담임교사가 빵과 음료수를 나눠주자 "와 빵이다. 소풍 온 것 같다", "난 밥보다 빵이 좋아요" 등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급식실로 가지 않아 좋고 밥 대신 빵이라서 좋고 소풍 같아 좋단다.

천진난만한 초등학교 1학년생들에게 파업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도 모른 채 그저 즐겁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교사에게 나눠 받은 빵 봉지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을 벌려 크게 한 입 베어 무는가 하면 손으로 조금씩 잘라 먹는 학생 등 먹는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양이 모자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빵을 잘라 나눠주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단식 투쟁'을 벌이는 학생도 있었다.

일부 학생들은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친구들과 함께 먹을 준비를 했다. 친구들과 반찬을 비교하며 즐겁게 밥을 먹었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빵만 먹는 친구들에게 뚜껑에 밥과 반찬을 덜어 건네기도 했다.

점심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든 학부모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손자의 도시락 두 개를 들고 학교를 찾은 할아버지는 "어제 급하게 도시락 가방을 사서 도시락을 싸왔다"며 "애들 부모는 맞벌이라 아침부터 애들 할머니가 김밥을 싸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침에 시간이 없어 도시락을 싸지 못해 점심 시간 전 급하게 가져왔다"며 "빵과 우유를 나눠준다는 안내는 받았지만 혹시 양이 적어 배가 고플까 봐 가져왔다"고 전했다.

점심 시간임에도 학교 급식 조리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학생들로 붐벼야 할 식당(급식실)은 텅 빈 채로 적막감이 맴돌았다. 간혹 물을 마시려는 학생들만 식당에 들를 뿐이었다.

국통과 밥통, 조리용 앞치마 등 조리 도구와 식기는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로 걸려 있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도 점심 시간에 맞춰 이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빵을 나눠줬다.

김 교육감은 "예고된 파업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길 바라고 부모님 심정으로 임하겠다"며 "대체급식을 하고 돌봄교실 운영 등에도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전체 학교 496곳(유치원 포함 국립 제외) 중 113곳에서 급식에 차질이 생겼다.

79곳이 빵·우유 등을 제공했고 10곳은 단축 수업을 했다.

식단을 변경한 곳이 5곳, 외부 도시락과 가정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학교도 5곳씩이었다.

나머지 383곳의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정상 급식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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