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의 목선 귀순 사건 파장이 커지면서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북한 목선은 이달 15일 삼척항에 정박했다. 선박 길이는 10m, 폭 2.5m, 높이 1.3m, 무게 1.8t,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했다.

북한 목선은 12일 오후 9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손쉽게 넘은 뒤 사흘간 영해에 머물렀다.
14일 오후 9시 삼척항 동쪽 4~6 km 떨어진 곳에서 대기 후 다시 15일 오전 6시22분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 정박했다.

신고는 15일 오전 6시 50분. 19분 뒤인 오전 7시 9분 해양경찰청 상황센터가 청와대와 합참에 처음 상황을 전파했다.

포항공항에서 이륙한 해군 6항공전단 P-3C 오라이온 해상초계기는 북한 목선 4 km 가까이 비행했지만 그냥 지나쳤다.

동해 1함대의 구축함, 해양경찰청 경비함, 육군 23보병사단 해안감시체계 등 경계망이 차례로 뚫렸다.

해양경찰청 경비함과 P-3C 오라이온 해상초계기가 있었지만 탐지하지 못했고 육군 23보병사단 영상감시장치는 우리 어선으로 판단했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왔던 15일 오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합동참모본부 지하벙커에서 열렸다.

국방부는 17일 브리핑에서 "확인이 안 됐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설명했다. 군은 브리핑에서 북한 소형 목선 발견 장소가 삼척항 방파제 부두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했다.

북한 소형 목선이 실제 엔진을 가동해 항구로 진입했지만 "표류해 발견하기 힘들었다"고도 했다.

15일 사건 당일 국방부는 장관 주재 대책회의까지 열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17일 국민들에게는 다르게 설명했다.

청와대는 북한 소형 목선이 15일 아침 삼척항에 접안한 뒤 배에서 내린 북한 선원들이 우리 주민들과 접촉 직후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17일과 19일 국방부 브리핑에 안보실 행정관을 보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고민정 대변인은 야당이 제기한 축소·은폐·조작 의혹과 각종 의문점을 해명했다.

청와대 안보실은 처음부터 중요성을 인지하고 중심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와 국가정보원 해경 등 부처를 지휘하고 국민들에게 알릴 내용을 조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개략적 내용을 알았지만 세세한 지시는 없었다"고 전한 안보실 입장은 책임 회피다. 야당의 국정조사와 국방장관 문책 요구는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국가 안보와 재난에 있어 중심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안보실의 재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안보 구멍은 어떠한 말로도 변명할 수가 없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화해의 무드를 이룬 것을 성토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군사적 방비를 하지 말라는 국민들도 없다. 평화통일로 가는 길의 밑에는 강력한 군사력이 깔려있어야 함을 청와대와 정부는 명심하길 바란다.

북한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긴장관계를 고려한다면 청와대와 국방부는 국가 안보에 좀더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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