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부터 6박 8일간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16일 오후에 귀국했다.

올들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이어 북유럽 3국과 지난해 연말 부인 김정숙여사 혼자 인도에 다녀온 것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 내외의 해외 순방은 크고 작은 논란들이 그치지 않았다. 방문 목적이나 성과가 불분명한 해외 순방이라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순방지에서 현지어 인사말 실수에서부터 갖가지 말 실수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번 순방은 특히나 시작부터 연일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청와대를 가장 아프게 한 지적은 세계적 관광명소인 노르웨이 베르겐 방문 일정을 놓고 문 대통령 부부가 사실상 관광 여행 차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공공연히 거론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천렵질’, ‘해안관광’이라고 비판했고, 모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5개월간 19번 출국했는데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는다며 야당이 거론해온 김정숙 여사의 여행 버킷리스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인도의 타지마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체코의 프라하, 베트남의 호이안,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 등 구체적인 방문지명을 나열했다.이번 순방 코스에 포함된 노르웨이 베르겐은 세계적 절경으로 꼽히는 피오르드 관광 목적이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부대변인이 나서 이런 내용을 쓴 언론사에 칼럼을 정정해 줄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정을 요청하면서 이례적으로 ‘정중히’ 대신  ‘엄중히’라는 권위적인 용어를 사용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일련의 해외순방 때 계속 ‘관광 여행’ 의심을 받고 매번 해명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논란은 진위를 가리기 어려워 소모적인 논란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일정을 짜는 외교부나 청와대 참모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민심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형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내용을 바라봐야 한다. 방문국 지도자들 앞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 연설과 대화 내용이 무엇이며,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문 대통령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지적들을 받았다. 

먼저 문 대통령은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남과 북 간에 세 가지 신뢰를 제안한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언급을 했다. 문 대통령은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남한을 기습적으로 침공해 6·25전쟁을 일으킨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북한의 과거 만행을 덮어주는 관용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도 실존했던 역사를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스웨덴은 야전병원단을 파견한 6·25 참전 당사자로서 실제 상황을 잘 아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의 발언들이 여럿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작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연설이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좌에 좀더 세심하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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