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청주, 내달 14일까지 신제남 화백 초대전 마련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45년 간 한국적 초현실주의를 정립해 온, 한국의 대표적 작가가 그린 환상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충북 청주에 마련됐다.

상설미술전시장 ㈜갤러리청주(GCJ·청주시 흥덕구 가경로 8-1)가 신제남 화백 초대전을 열고 있다.

신 화백은 극사실주의 화법에 초현실주의적 기법을 접목시켜 현실과 역사, 현대의 삶에 대한 비판을 또렷하게 그려낸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 한국 화단을 뒤덮었던 극사실 회화는 현실과 사회의 문제에도 미술이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인식 속에 태어났다.

신 화백은 물질 문명의 확대로 인해 변해가는 시대의 중심에서 물질과 인체를 통해 현대라는 시대성을 호소하며 인체 미학을 단순히 신체라는 소재에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인체와 소품을 이용해 역사의 고통, 현대 삶의 현실, 그리고 작가의 문제의식과 철학을 가미한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전쟁과 평화라는 문제를 소재로 화면을 구성한다.

이를 테면 작품 '20세기의 추억'은 초음속 전투기에 이를 보는 소녀의 나체화가 오버랩되면서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안겨준다.

전투기 조종사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지만 인류가 추구하는 궁극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조종하는 전투기는 차디 찬 물질이지만 조종사는 군인이면서 젊은이이고 사랑의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다. 이를 바라보는 나체의 소녀는 머리핀과 머리띠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있으며 그 자체로 평화를 상징한다. 이 둘을 대비함으로써 무기로 표현이 되는 전쟁과 소녀로 표현되는 평화를 상징한다.

'청산리 벽계수야' 역시 전투기, 초고층 빌딩, 우주왕복선 등 현대의 권력을 상징하는 소재들 위에 기생 황진이가 연상되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거문고를 다리 위에 얹고 무심한 듯 앉아있는 여인은 옆에서 위용을 뽐내는 이 소재들을 역시나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왜 저래?" 하는 듯한 그 표정은 덧없는 권력을 조롱하거나 연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 화백은 '금속성 시대의 은빛 환상', '역사의 재인식', '인체미학의 탐구', '문명의 공존'이라는 테마를 10년 주기로 바꿔오며 동시대의 역사와 흐름을 초현실 화풍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 물질 문명과 한국의 근현대사를 냉철히 비판하거나 해학적으로 재해석해 관람자들에게 역사의식을 계몽하며 시대적 상황에 공감시켜오고 있다.

10여 년 간 제작해 온 '문명의 공존' 시리즈가 주가 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의 대표작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초현실 작품 외에 소품으로 풍경화·추상화·반추상화 등도 마련,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시민들이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는 28일 오후 3시에는 신 화백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현 시대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작가와의 만남'이 마련된다.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계속된다.(문의 ☏043-237-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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