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유시민·조국
무죄 선고로 이재명 재도약
이낙연·박원순·임종석·김부겸
영호남 출신만 거론… 패싱 우려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내년 총선이 '발등의 불'이고 대선까지는 3년 가까이 남았지만, '자천타천'으로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회자되면서 분위기가 일찌감치 '예열'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영호남 출신들만 거론될 뿐 충청권 인사는 한명도 없어 자칫 여권 발 '충청패싱'도 우려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이는 경북 경주출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부산이 고향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유 이사장은 '다시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여권 내부와 지지자들의 광범위한 기대와 요구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츰 유력 대권주자의 길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유 이사장 본인도 과거와 '뉘앙스'가 다른 발언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나중에 제가 혹시 정계복귀를 하게 되면 욕하시고요"라고 말했고, 18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 문화제에서 나온 정계 복귀 요청에는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며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아산 을)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 이사장의 정계 복귀와 대선 출마에 대해 "본인은 안 나간다고 이야기하고 응원단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하지만, 응원단장이 너무 인기가 많다"며 "선수로 뛸 건지, 응원단장으로 남을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정치적 행보'를 늘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민정수석으로는 이례적으로 5·18 기념식을 찾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사법개혁을 위해 경찰개혁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총선 차출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야권의 집중 견제 대상인 조 수석이 총선 출마와 승리 견인으로 입지를 다지면 그 뒤에는 자연스레 대권 유력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논란으로 정치적 상처를 입었던 경북 안동출신 이재명 경기지사는 직권남용·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전면 무죄선고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항소심과 상고심 판단이 아직 남아있지만 1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지사는 위기 돌파로 한층 정치적 입지가 탄탄해질 수 있다.

이 지사는 1심 선고 직후 지지자들에게 "지금까지 먼 길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서로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원한다"며 '잠룡의 용틀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면서 '안정감'을 보이고 있고, 경남 창녕이 고향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유력 주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종로로 거주지를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혀, 내년 총선 '정치 1번지'에 출마할 경우 정치적 무게감을 키울 것이란 예상이다.

경북 상주 출신 김부겸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임기를 마치고 당으로 돌아와 여의도와 대구를 오가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 여겨지는 경남 고성출신 김경수 경남지사도 향후 '드루킹 사건' 재판 결과에 따라 단숨에 차기주자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여권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임기가 한참 남은 상황에서 차기 주자군이 노골적으로 부각되거나 경쟁구도가 조성되는 것이 일종의 금기이자 마이너스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의 양상이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지지기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에서 대권주자들을 오히려 '띄우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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