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종료에 기업들 골머리
"정부 의도 알지만 쉽지 않아"
대기업 인력흡수현상 심화 우려
탄력 근로제 확대 등 보완 필요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충북지역 한 중소제조업체는 얼마 전부터 생산라인 1곳을 부분 가동하고 있다. 숙련 기술자들 몇 명이 최근 대기업 관련 업체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야근, 특근을 줄이면서 수당이 줄었고 대우가 더 좋은 곳으로 옮긴 것이다. 회사 관계자 A씨는 "좋은 근로자를 잡기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회사 수익이 점점 줄고 있어 임금인상이 어렵다"며 "정부 의도도 알고 직원들 워라밸도 챙겨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52시간 근로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인력 확충 등 대기업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벤처업계는 주52시간 근무제 처벌 유예기간 종료와 함께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 흡수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처리까지 불투명해지고 있어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보완책이 없으면 인력 부족 현상이 고스란히 가동률·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납기지연, 공급단가 인상 등이 불가피하지만 원청업체에 이를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충북지역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52시간제 유예기간 종료로 대기업이나 관련 업체들이 추가 인력 채용을 확대, 중소기업들의 인력 충원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공급단가는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주52시간제를 적용하면 납기지연, 단가 인상 등이 불가피한데 원청업체에 납기나 단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 사업을 그만두겠다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인력이 충분한 대기업 등은 자율근무시간 선택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52시간, 나아가 주40시간제를 운영 중이지만 중소벤처기업들은 쉽지 않다.

실제로 중소기업 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유연근무제 시행 여부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6.0%,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행 기업은 3.4%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기 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데다 신규 직원 채용도 원하는 만큼 할 수 없어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한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건설업은 대부분 옥외에서 작업하고 여러 업체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만성적인 공사비·공사기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서 건설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터널, 지하철 공사 등의 경우 계속적 작업이 불가피하며 공법, 작업여건, 민원 등의 이유로 추가인력·장비 투입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단축되면 결국 공사기간이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으며 대형 국책사업도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은 미세먼지·한파·폭염 등 기후적 요인과 민원 등 현장 상황 등으로 당장 내일의 상황도 예측할 수가 없다"며 정부에 실효성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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