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가 3일만인 25일 일부 복귀해 늘 해오던 멋대로 손바닥 뒤집듯 버릇을 재연했다. 한국 정부를 무시하는 안하무인적인 행태다. 

철수 당시 북한은 연락사무무소 관계자를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통보하고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인원 전부가 빠져나갔다. 북한은 당시 한국측 주재원들이 그대로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도 남겼다.

복귀한 과정도 일방적이다.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들어와서는 “교대근무하러 왔다”고 우리측 근무자에게 지나가듯 말했다고 한다. 상대방을 무시하는 독단적이고 무례한 언동이다.

남북연락사무소는 박근혜 정부 때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와 함께 폐쇄됐던 것을 복원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대북 교류 정책의 방향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재개와 북한에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추진, ‘북한 퍼주기’ 정책을 지향해 왔다. 북한은 이런 정성을 전혀 고마워 하지 않고 차려놓은 밥상을 단칼에 걷어차고, 남쪽 여론이 악화되자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금방 또 뒤집어 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무례한 행태를 비난하지 않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하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통일부 차관은 북측 철수 때 북한의 철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속히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뺨을 한대 얻어맞은 격인데도 무조건 돌아오라고 애걸하는 모양새였다. 복귀할 때도 마찬가지로 따지지 않았다.

아무리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권이라고 해도 국민적 자존심도 고려해야 한다. 일단은 먼저 철수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

더 한심하고 국민들을 화나게 한 것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인청)를 이틀 앞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인청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장관에 취임하면 우선 공동연락사무소를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며 한발 더 나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자존감을 팽개치고 국민들의 정서를 개의하지 않는 발언이다. 대북 교류 확대 정책의 문제를 먼저 짚어봐야 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남북연락사무소는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와 그에 따른 실무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 회담을 통해 복원됐다. 복원 공사를 놓고도 지나친 공사비 투입 등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경제재재에 저촉이 우려되기도 했다. 유류와 전기 각종 건축자재 등을 북한으로 대량 반출되면서 미국의 촘촘한 대북제재 방을 무력화 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이렇게 동맹국의 핵심 정책을 거스르고 우호적 관계를 껄끄럽게 하면서까지 복원한 사무소를 수시로 폐쇄와 복귀를 되풀이 하는 것 용납해선 안 된다. 분명한 이유를 묻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든지, 이를 수용하지 않는 다면 남측이 먼저 철수하는게 옳다. 이참에 우리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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