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식 세종주재 국장]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선거판세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바로 그것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표결에서 양쪽의 표가 같을 때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표를 뜻하는 이 말은 의회에서 가부동수일 때 결정을 좌우하는 의장의 결정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음에 들던 안들던 간에 충청권이 주목을 받을 때는 늘 선거판이었다. 대선과 총선이 그랬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충청권에 공을 들이는 정치인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면 충청권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KTX 세종역 신설문제가 이슈화될 때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그것도 자신의 지역에 기반한 이해득실을 따져가면서까지까지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한결같이 충청권 상생을 외친다. 그들의 속내는 달라도 카메라 앞에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고 악수를 한다.

문제는 그들이 생각하는 사고가 편협하다는 데 있다. 정부의 예타면제사업 결정에는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그를 뒷받침할 입법이나 정책에는 별다른 관심이나 행동이 뒤따르지 못했다면 지나친 평가일까. 장기회 있을 때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이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총리를 만나고 청와대를 찾는다.

이번에도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도한 정책토론회 소식도 전해졌다. 만남의 횟수가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만큼 얘기거리도 많고 서로가 손 잡아야 할 일이 많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만남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역민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그에 필요한 것들을 적시적소에 전달하고 협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동으로 해당부처를 찾아야 하고 국회 등 정치권의 동조와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실례를 들어보자. 청와대 세종집무실이나 국회 세종분원 설립 문제만 봐도 그렇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세종시 외 다른 지역에서는 이 같은 사안이 해당 지자체와 직접적 관련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본다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충청권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행복청이 발표한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은 충천권 주요 핵심도시를 40분대에 닿을 수 있는 교통기간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 자치단체장들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권한 밖 사항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고 보면 그 무엇하나 중요치 않은 사안이 없다. 정치권은 물론, 해당 지자체들은 그 어떠한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충청권 발전을 위한 상생과 공조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선거 때만 거론되는 '캐스팅보트'를 현실에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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